"다이어트는 결국 식단과 운동이다"라는 말,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할 정도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바쁜 일상,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기초대사량 저하 등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체중 관리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비만 관련 진료 환자 수는 약 1.4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처방하는 다이어트 약은 어떤 원리로 작용할까? 부작용은 없을까? 먹는 약, 주사제, 호르몬 조절제까지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뭘 선택해야 할지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오늘은 병원에서 실제로 처방되는 다이어트 약의 종류와 차이점, 그리고 어떤 상황에 어떤 약이 잘 맞는지를 총정리해보려 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방향을 못 잡고 있다면, 이 글이 꽤 괜찮은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병원 다이어트 약은 어떻게 분류될까?
가장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처방되는 다이어트 약은 식욕억제제, 지방흡수억제제, 혈당조절제, GLP-1 유사체 계열로 나뉜다. 이 중에서 어떤 약을 처방받느냐는 BMI 수치, 체질, 병력, 부작용 여부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살만 빼고 싶은 사람과, 고도비만으로 인해 건강상 위험이 있는 사람은 약 처방의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2023년 기준 비만치료제 관련 식약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중 하나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적극 권장된다. 병원은 이 기준에 따라 처방 가능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물론 가벼운 체중 조절 목적의 사람도 처방을 받을 수 있지만, 그 경우에는 약물보다 생활습관 교정을 우선으로 권유받을 수 있다. 그러니 무작정 약 처방을 기대하기보단, 진료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식욕억제제 계열 – 뇌를 속이는 방법
대표적인 식욕억제제는 로카세린,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벨빅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욕을 감소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식사량은 줄어드는데 배고픔은 덜 느끼게 되니, 자연스럽게 칼로리 섭취가 줄고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많이 처방되는 약은 듀람틱스, 리덕틸, 콘트라브 등이 있다. 특히 콘트라브는 펜터민과 부프로피온 성분을 함께 사용한 복합제로, 식욕 억제뿐 아니라 식탐 충동 억제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계열 약물은 심장박동수 증가, 불면, 입마름, 초조함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복용 시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선행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좀 독한 약’에 속한다. 짧은 기간 내에 체중을 빠르게 줄이고 싶을 때는 효과가 좋지만, 무분별한 복용은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흡수억제제 – 먹은 만큼 덜 흡수되게
대표적인 약물은 올리스타트 성분의 제니칼(또는 제로칼)이다. 이 약물은 장 내에서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를 억제해, 음식물로 섭취된 지방의 약 30%를 체외로 배출시킨다. 쉽게 말해 지방이 흡수되기 전에 변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복용 시 지방 섭취가 많은 식단과 함께할수록 효과가 크지만, 동시에 지방 변, 복부 팽만, 설사 등 소화기계 부작용도 흔하다. 식사 때마다 복용해야 하고, 지용성 비타민(A, D, E, K)의 흡수도 저해할 수 있어 장기 복용 시 영양 불균형에 주의해야 한다.
장점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심혈관 계열 병력이 있어도 처방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제로칼이 판매되고 있으며, 84캡슐 기준 약 8만 원 선에서 구입 가능하다. 하지만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전문가의 상담을 거친 후 복용하는 걸 추천한다.
혈당조절제 계열 – 인슐린 민감도 조절로 지방 저장 억제
대표적인 약물은 메트포르민(글루코파지, 디아포민)이다.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부수 효과가 발견되면서 다이어트 보조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을 앓는 여성의 경우, 인슐린 조절 장애와 함께 비만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메트포르민이 다이어트 보조제로 사용된다. 또한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도 혈당 급등 완화 효과가 있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복용 시 식욕 감소, 배변 횟수 증가, 속쓰림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적응하면 사라진다. 다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복용 시 신중해야 하며, 장기 복용 시 정기적인 혈액 검사로 간수치 확인이 필요하다.
이 약은 일반 다이어트약처럼 빠른 감량을 기대하기보단,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체질 개선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실사용자 후기를 보면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덜 찐다”는 표현이 많은데, 이 말이 꽤 정확하다.
GLP-1 유사체 계열 – 가장 뜨거운 이슈, 주사로 빼는 지방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약물은 바로 GLP-1 유사체 계열이다. 대표적으로는 **삭센다, 위고비, 몬주로(트제페타이드)**가 있다. 이 약물들은 식후 혈당을 낮추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가장 유명한 삭센다는 1일 1회 복부 주사로 사용하며, 평균 체중 감량 효과는 5~10% 수준이다. 위고비는 주 1회 주사만으로도 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상태다. 몬주로는 그보다 더 진보된 구조로, 이중 작용 수용체 기반으로 기존 GLP-1보다 더 강력한 포만감 유도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사제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크고, 부작용도 있다. 삭센다는 1개월 분 기준 30~35만 원 선, 위고비는 약 40만 원대, 몬주로는 45만 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단기간 내 5kg 이상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맺는말
다이어트 약은 마법의 해결책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며, 올바른 식단과 생활 습관 없이 약만으로 체중을 빼는 건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체질상 살이 잘 찌거나, 건강상 감량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병원 처방 다이어트 약이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핵심은 내 몸에 맞는 약을 제대로 알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금 고민 중이라면, 오늘은 병원 예약부터 해보자. 몸무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건강하게 줄이는 법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