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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말

고개를-갸웃하며-생각에-잠긴-표정의-단정한-한국인-남성이-한-손으로-턱을-괴고-있고-배경에는-중요한-일을-상징하는-빨간-느낌표가-그려진-종이와-쉬운-일을-상징하는-초록-체크표시가-그려진-종이가-화살표로-연결되어-있는-장면을-따뜻한-톤의-일러스트로-표현함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제일 먼저 끝내야 할 건 어려운 기획서 작성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메일함을 정리하고, 책상을 닦고, 무의식적으로 할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정작 중요한 일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왜 나는 항상 중요한 일부터 피하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이 고민을 한다. 쉬운 일부터 처리하고 나면 뿌듯함은 잠깐, 결국 중요한 일을 마주한 순간 압박과 스트레스는 배가되어 돌아온다. 이 습관은 시간이 갈수록 자기 효능감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어려운 일을 뒤로 미루고 쉬운 일만 반복하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습관을 끊을 수 있을까?

 

 

 

뇌는 원래 쉬운 일을 좋아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자동으로 덜 복잡하고 덜 불확실한 선택을 우선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쉬운 일부터 하려고 하는 습관은 뇌의 에너지 절약 전략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계획 수립, 추론,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어려운 일’은 뇌의 전전두엽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 부위는 피로에 민감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뇌가 피곤한 상태에서는 자꾸 쉬운 일, 반복적인 일, 단기 보상이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이 경향은 하루 중 에너지 레벨이 낮은 오후 시간대에 특히 두드러지며, 이때 복잡한 일은 더더욱 미루고 싶어진다. 우리는 게으른 것이 아니라, 뇌가 합리적으로 덜 힘든 선택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할 일을 미루는 심리, ‘인지 회피’에서 비롯된다

중요한 일을 계속 미루게 되는 심리학적 이유 중 하나는 ‘인지 회피(Cognitive Avoidance)’이다. 인지 회피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제에 대해 머리로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제출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있다면, 그 과제 자체가 ‘평가’, ‘실패 가능성’이라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우리는 해당 작업에 대한 인지를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메일 확인, 업무 리스트 정리, 간단한 보고서 작성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스트레스 회피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불안을 더 키우는 원인이 된다. 해결되지 않은 일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인지적 부하를 늘리고, 수면의 질까지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쉬운 일로 얻는 성취감은 착각일 수 있다

가벼운 일부터 처리하면 ‘그래도 오늘은 뭔가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성취감은 단기적인 감정일 뿐, 장기적으로는 ‘정말 해야 할 일을 안 한 채 하루를 흘려보냈다’는 자책감으로 돌아온다.

 

특히 이 습관이 누적되면 우리는 점점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피해야 할 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장기적으로 목표 달성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자기계발 분야의 권위자인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를 ‘가짜 성취의 중독’이라 표현한다.

 

쉬운 일만 하면서 얻는 만족은 고기 없는 식사처럼 허기만 더할 뿐, 진짜 의미 있는 성과는 주지 않는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는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선순위 역전, 가장 어려운 일을 먼저 하라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베스트셀러 『개구리를 먹어라』에서 제안한 방법은 “가장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해라”는 것이다. 오전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을 때, 가장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면 그날의 심리적 압박이 크게 줄어든다.

 

직장인이라면 출근 후 1시간 내에 ‘어려운 일’부터 시작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이것은 단순한 업무 요령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분배 원리에 따른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서도, 아침에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업무 생산성이 약 38%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하루는 연쇄적으로 생산적인 일들을 끌어당기게 된다. 이른 시간의 성공 경험이 하루 전체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다.

 

시간 블록 기법으로 집중력을 강제하라

중요한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시간 블록 기법(Time Blocking)’이다. 이는 구글 CEO 선다 피차이도 실천한다고 알려진 일정 관리 방식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해당 시간 동안 오직 특정한 한 가지 일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 9시~11시는 기획서 작성, 오후 2시~3시는 회의 준비 등으로 업무를 구획화한다.

 

이 방식은 의사결정의 에너지를 줄여주고, 과업 전환으로 인한 집중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또한 이 시간 동안에는 메신저나 이메일 확인을 차단함으로써 몰입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작은 시작을 만들어라: 5분만 하기로 약속하자

‘막막해서 시작조차 못 한다’는 말은 결국 ‘너무 큰 부담감’에서 비롯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전략은 ‘5분 규칙’이다. 어려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완벽히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단 5분만 해보자”는 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 개시 문턱 낮추기 전략’이라 부르며, 실제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시작만 하면 뇌는 점차 집중 상태로 진입하며,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5분만 해보자’는 말이 결과적으로는 30분, 1시간의 몰입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작은 성공을 기록하며 동기를 확장하자

중요한 일을 해냈을 때, 반드시 작게라도 기록하고 자신을 칭찬하자. 인간의 동기는 외부 보상뿐 아니라 ‘자기 강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때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일일 회고 일지’다.

 

간단하게 메모장이나 앱에 “오늘 오전에 회의 자료를 미루지 않고 작성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끝냈고 뿌듯했다”는 식으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자존감과 동기부여는 강화된다. 이런 기록은 미래의 당신이 ‘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기반이 된다.

 

중요한 일을 미루지 않고 마주한 그 순간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다음 행동의 연료가 된다.

 

 

 

맺는말

처음 이야기했던 그날의 나는 결국 기획서를 퇴근 직전에 허겁지겁 마무리했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가장 어려운 일 하나부터 처리하는 연습을 시작했고, 지금은 훨씬 가볍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당신도 느꼈을 것이다. 중요한 일을 미룰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삶은 피로해진다는 걸. 이제는 그 습관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쉬운 일을 끝내는 만족보다 중요한 일을 해낸 자부심이 훨씬 더 크고 오래간다. 이 글이 당신의 ‘미루는 습관’을 바꾸는 첫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다음 글에서는 ‘미루는 습관을 완전히 없애는 환경 셋업 방법’을 소개할 예정이니, 함께 이어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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