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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말

푸른-배경-위에-추상화된-사람의-측면-머리에-회로-무늬가-새겨져-있고-뒤에는-AI를-상징하는-원형-빛과-방사형-선들이-퍼져나가며-오른쪽에는-이진수-코드와-보안-방패-아이콘이-배치된-디지털-주권-개념을-시각화한-미래지향적-일러스트

2024년 12월, 캐나다 벤쿠버의 한 국제 테크 포럼 현장에서 나는 특이한 이름을 처음 들었다. 발표자 한 명이 단상 위에 올라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주권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순간 관중석의 기자들과 정부 인사들이 일제히 펜을 들기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공지능이 이미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 과연 AI에 ‘주권’을 부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버린 AI'라는 개념은 단순한 기술 자립을 넘어, 진짜 정치·경제적 패권을 건 국제 질서 재편의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을까?

 

 

 

소버린 AI란 무엇인가?

‘소버린 AI(Sovereign AI)’는 자국 내에서 개발되고 운영되며, 자국의 법과 가치 체계에 기반하여 훈련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외국의 기술력이나 클라우드 기반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AI를 설계하고 배치할 수 있는 국가 주권형 AI이다.

 

예컨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AI는 미국 또는 중국의 대형 기업이 만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시스템들은 해당 기업 혹은 정부의 정책, 검열, 알고리즘 규칙을 따르기에 정보의 흐름과 해석, 심지어는 국민의 사상과 여론까지 특정 국가에 의해 간접적으로 통제될 가능성이 있다.

 

소버린 AI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독립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자국 언어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보안성과 투명성 확보, 그리고 국가 데이터 보호를 핵심으로 한다. 결국, AI 주권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출발점인 셈이다.

 

국제적으로 왜 중요해졌을까?

2023년 이후 전 세계는 AI 기술을 두고 본격적인 기술 안보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AI를 '국가 안보'의 핵심 축으로 선언했고, EU는 'AI 법안'을 제정하며 역내 규제권을 강화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와 유럽 여러 국가는 미국 기업들의 AI 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ChatGPT, Claude, Gemini 등의 글로벌 AI가 다국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영어와 미국 중심의 가치관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정책·법률·언론·교육 등 핵심 영역에서 ‘의도된 정보 편향’을 야기할 수 있고, 타국의 여론 형성과 정보 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은 국가 중심의 AI 구축을 선언하고, 자국 내 대형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한 정부 예산을 대거 투입 중이다. 즉,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외교와 안보, 경제와 직결된 새로운 권력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 요건과 인프라 조건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델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인 연산 자원, 즉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HPC)이다. 현재 대규모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려면 수천~수만 개의 GPU가 필요하며, 이 GPU 서버들은 자국 내 보안이 확보된 센터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다음은 대용량의 국가 데이터다. 언어모델은 학습량이 많을수록 정교해지기 때문에, 한국어·한국 문화·정책·법령·뉴스 등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정제하는 작업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공공 데이터뿐 아니라 민간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보안과 윤리성도 중요하다. 독립적인 AI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AI의 출력물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개인정보와 국가 기밀이 포함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강화된 보안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인재와 생태계다. 독자적 소버린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학, 통계, 컴퓨터공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고급 인재가 필요하며, 이들이 스타트업·공공기관·대기업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의 소버린 AI 현황

대한민국 역시 소버린 AI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부터 '초거대 AI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AI 모델 독립을 위한 인프라와 R&D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브레인의 'KoGPT', LG AI연구원의 '엑사원' 등이 자체 훈련된 한국어 기반 대형 언어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GPU 2,000장 이상을 탑재한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민간에 개방하여 학습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공공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언어 데이터와 전문자료를 민간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인프라나 생태계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GPU 수급의 어려움,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와의 협력 미흡, AI 윤리 기준 마련의 지연 등이 한국형 소버린 AI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전략이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글로벌 사례 분석

세계 주요 국가들 역시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미스트랄AI’를 통해 프랑스어 기반 LLM을 개발하고 있으며, EU 차원에서는 독자적 인공지능 윤리 기준과 학습 데이터 보존법을 수립하고 있다. 독일은 SAP와 협력해 산업용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사실상 자국 내 AI 생태계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은 자국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형 모델을 자체 개발하며, 외산 AI 도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정보 유출 우려는 낮지만, 폐쇄성이 높다는 비판도 동시에 존재한다.

 

미국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소버린 AI’ 개념에 대해 오히려 경계심을 표한다. 이는 오픈소스 기반의 글로벌 협력 모델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도 국방부와 협력하는 PALM, FLAN 등 자체 시스템을 통해 보안이 필요한 AI는 독자적으로 구축 중이다.

 

한국에서 이용 가능한 관련 추천 서비스

소버린 AI 구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내에서도 독립적 AI 구축을 위한 클라우드·GPU 렌탈·데이터 가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추천하고 싶은 서비스는 NHN 클라우드 AI 플랫폼이다. NHN은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훈련·서빙·배포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을 구축했다.

 

특징으로는 국내 리전 기반으로 운영되어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며, GPU 인스턴스 요금이 AWS 대비 30~40% 저렴하다. 텐서플로우, 파이토치 등 주요 프레임워크와 완벽히 호환되고, 프라이빗 베타 형태로 기업용 LLM 훈련 기능도 제공한다. 월간 사용 요금은 약 20만 원대부터 시작하며, API 기반의 요금제도 선택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중견 기업까지 ‘AI 주권’을 실험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도구이며, 향후 소버린 AI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인공지능이 확장되는 시대에는 기술 독립을 위한 선택이 결국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될 수 있다.

 

 

 

맺는말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주권이다.” 처음 들었을 땐 다소 과장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AI가 우리의 언어, 판단, 사고, 결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경고였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이제 AI 주권 시대의 기로에 서 있다. 단지 따라가기보다는 주도권을 쥐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며, 이는 기업과 정부, 개인 모두의 몫이다. 이 글을 통해 소버린 AI에 대한 이해와 고민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더 많은 기술 정보와 미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블로그 내 다른 콘텐츠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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